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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8 12:14

빵집일기2- 예쁜 정화

조회 수 162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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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는 작은 별 빵집에서 일하는 졸업을 앞 둔 고3 여학생이다.

 아르바이트 학생 중 가장 오래 일한 학생이다.

빵집일기에 정화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얼굴도 예쁜데다가  태도는 더 예쁘다.

 

항상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그것도 30분 전에 매장에  들어선다.

30분 전에 와서 준비를 하고 교대할 근무자를 돕다가 인수를 한다.

요즘은 날이 추워져서 버스로 다니지만

가을까지만 해도 알바비를 모아 샀다는 중고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정화의 중고 자전거가 매장 밖에 세워지기만해도 마음이 놓이고 즐거워지곤 했다.

정화는 확실히 행복 바이러스를 안고 다니는 아인 것 같다.

 

정화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열여덟짜리 여학생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안정감과 따뜻함, 그리고 노련함이 느껴진다.

그녀는 매장을 주시하고 서 있다가 손님이 나타나기만 해도

예의 그 노래하는 듯한 어투로 응대를 한다.

 " 어서오세요~~"

갓 나온 빵일 경우

" 갓 나온 빵이라서 찌그러 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현금영수증 필요하세요?"

셋트 메뉴를 골랐을 경우

" 000원 추가하시면 따뜻한 커피나 아이스 티를 드실 수 있는데 하시겠어요?"

등등, 다른 알바생들은 귀찮아서 생략하는 멘트를 한결같이 빼놓지 않는다. 

빵을 종이봉투에 담아주는데 가끔 손잡이 달린 비닐봉투를 요구하는 손님에게는

" 비닐봉투는 환경부담금 백원을 받고 있는데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마지막 인사까지...,

그녀의 말투나 손님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자연스럽고 무리가 없다.

과하게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매너리즘에 빠진 응대도 아니면서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는

그런 자연스러움을 18살 소녀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그것이 의문이다.

그래서 처음 정화를 보았을 때 나는 그녀가  대학생인 줄 알았다.

늘 정서가 안정되있고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소녀다운 순진함과 명랑함을 잃지 않는 정화.

그녀를 오랫동안 지켜 본 나로서는 은근히  며느리감으로 탐이 날 지경이다.

(울 아들이 여친이 없다면 적극 나섰을텐데... 쩝!)

 

정화가 일하는 저녁 5시부터 11시까지는 빵집 문을 닫는 마감시간이라서

책임이 무겁고  할 일이 많다.

남은 빵을 정리해 들여놓고  판매대와 쇼우케이스를 들여놓아야하고

커피머신 설겆이를 비롯, 매장을 쓸고 닦고, 행주와 걸레를 깨끗히 빨아널고,

다음날 아침 오픈 조를 위해 종이컵과 뚜껑, 원두 커피를 채워넣고,

빵을 담아줄 봉지를 준비해 두고,

다음날 판매를 위해 거스름돈을 골고루 캐쉬박스에 넣어놓고

하루 동안의 매출을 정확히 정산해 놓는 일..,

그 외에도 매장 전반의 총 뒷정리를 꼼꼼히 해야 하는 등...

다른 시간대보다 몇 배나 잔 일이 많고 책임이 커서 다른 알바생들이 꺼리는

어려운 마감조를 정화는 몇개월 동안이나 차질없이 해왔다.

 

정화에게 번번히 감탄이지만, 특히

같이 일하는 알바생들을 대하는 모습이 그렇다.

처음 온 알바생 중에 특히 일을 늦게 배우고 서툴면  대개는  불평이 나온다.

정화는 불평 한마디 없이 그 파트너를 가르쳐주면서 조화롭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애라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 딱 맘에 든다"는 그 표현을  나는 정화에게 쓰고 싶다.

 

얼마 전,

 성깔있는  24살 알바생과  정화가 단톡에서 맞짱을 뜨는 일이 생겼다.

오픈조였던 그 언니가 마감조에 대해 쓴 글에 정화가 모욕감을 느낀 것이다.

나는 그때 너무나 조리있고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논리성과

상대를  면박하지도 않으면서 미안하게 만드는 정화의 탁월한 설득력에 혀를 내둘렀다.

 

 

부지런한 정화는  수능이 끝난 이후부터는 오전에도 알바를 구해 일을 한다.

한창 바쁜 점심시간에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란다.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시급도 높고 맛있는 점심도 먹을 수 있어 좋단다.

정화의 꿈은 피부미용사이다.

 그림과 음악을 좋아해서 미대를 가고 싶은데 가정형편이 넉넉치 않은 모양이다.

형편상 재수를 할 수 없어 차선으로  피부미용과를 선택했단다.

지난 가을, 수시를 준비할 무렵, 

재수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 진로를 놓고 정화는 고민을 했다.

그때 난  어렵더라도 원하는 미술공부를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했고,

정화는 갈등 했었다.

아빠 수입이 많질 않아 재수를 하면 부담을 드리게 되는 거라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화의 아빠는 만화가란다. 엄마는 이십년도 넘게 마트의 케쉬어 일을 하신다고.

그때 첨으로 명랑한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아휴... 괜히 재수 얘기를 꺼내서 마음만 심란해요...."

그러더니 며칠 지나 다시 밝은 얼굴로 결정을 한 듯 말했다.

" 저, 재수 안하고 그냥 수시합격되면 갈려고 해요."

나는 좀 아쉬웠지만 정화의 결정을 격려했다.

 

수시면접을 본 날 정화가 교복차림으로 매장에 들렸다.

얼굴에 볼그레한 홍조를 뛴 것이 살짝 흥분한 듯 보였다.

면접 잘 봤느냐고 물으니 면접교수님이

"부모님이 면접 잘 봤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해도 된다고 하셨어요. 호호..

참 조리있게 이해가 되도록 말을 잘 한다고 하셨어요." 한다.

나는 그 면접교수가 정화에게서 받았을 인상을 십분 알 것 같았다.

정화는 예상대로 가고 싶은 학교에 수시합격했다.

대학생활이 기대되고 설렌단다. 그런 기대에 부푼 정화를 보고 있으면

내가 정화만한 나이였을 때,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청춘예찬>이 떠오른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대학 졸업 후 피부미용사가 되어 숍을 오픈하면 이모는 무료로 맛사지를 해드리겠다고 한다.^^

어렵게 일을 한 알바비로 가족과 친구들의 생일선물을 꼭꼭 챙기고

수능 날에는 자신도 수험생이면서 5,000원이나 하는 합격떡을 무려 10개나 사서 친구들에게 돌리는

그런 통이 큰 면도 있다.. 그래서인지 정화 주변엔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정화 칭찬을 하자면 한이 없을 것 같다. 

 

최근에는 남자친구도 생겼다.

첨이냐고 물으니 중3 때 남친이 있었는데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다고 한다.

자기친구랑도 만났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배꼽을 잡았다. 그럴 때 보면 영락없는 낭랑 18세 소녀다.

남친이 생겨서인지 정화는 근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저녁을 안먹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난 장난끼가 발동해서 가끔 정화의 굳은 결의를 무너뜨리곤 한다.

 

-오늘도 저녁 굶식??

-네!

-정말?

-그렇다니까요.. 근데..왜..그러세요?

따끈 따끈 구워나온  크림치즈를 듬뿍 얹은 페스츄리를 코 끝에 들이대면

정화의 눈빛이 흔들린다.

-오늘만이예요.

 

오븐에 갓 구운 군고구마는 정화에게 더욱 견디기 어려운 유혹이다..

-이모,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이예요.!

고구마를 하도 맛있게 먹길레(하긴 그 나이에 맛없는 게 있으랴만..)

- 고구마 좋아하니? 했더니

-네~! 완전 좋아해요.

제 태몽이 고구마였대요.ㅎㅎ

 

 정화가 오늘로  작은 별 빵집 일을 그만둔다. 

무릎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연골이 안좋다며 오래 서 있는 일을 피하라고 했다고.

너무 아쉽다.  내 마음이 이렇게 서운한 거 보니 정화랑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스케줄을 생각하던 중,

정화에게 작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해서 내 진심을 담은 카드와 함께 주어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

카드에 쓸 문구를 미리 써 본다.

 

" 정화야, 그동안 니가 있어서 얼마나 즐겁고 도움이 됬는지 모른단다.

한결같이 친절하고 따뜻한 자세로 손님들을 응대하던 정화의 모습에서

이모가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았단다.

전에도 말했듯이 넌 어디가서 무엇을 해도 잘할 거야.

대학생활 잘하고 아무쪼록 건강하렴.

 특히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진심으로 고마웠고... 또 많이 서운하다....

한동안 니 노래하는 듯한 멘트가 그리울거야....^^

 

정화가 있어서 행복했던 이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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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병선 2015.12.22 10:27
    참 이쁘고 성숙한 아이군요. 18세 소녀가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지 놀랍습니다. 많이 서운하셨을 것 같습니다.
    집사님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정화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겠네요~~잘 읽었습니다
  • ?
    김혜란 2015.12.23 08:23
    네.. 저도 살아오면서 그런 아이는 주변에서 첨 봤어요.
    많이 서운했지만
    정화가 준 즐거웠던 시간에 감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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