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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8 19:27

세월이 더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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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대학 시절 혼자서 캠퍼스 푸른 잔디에 누워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고통과 상처로 신음하는 세계의 현실을 깊이 고민하며 무엇 때문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그러던 중 나는 생각지 못한 생각을 얻었다.

 

세상이 혼탁하고 어둡고 비천하고 잔혹한 것은 위대한 영웅이 없어서가 아니고

진실한 인간, 참된 인간이 없어서라고.

20세기는 열 사람의 위대한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진실한 인간이 필요하다고.

 

순간 나는 그 생각을 붙잡았다. 마음에 깊이 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20세기가 필요로 하는 진실한 인간이 되자.

이것이 내가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진정한 일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인간이 되자는 하나의 희망을 품고 살아왔다.

그 때 20대에는 내 나이 40쯤 되면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40이 됐을 때 보니 기대했던 성숙함이 내 안에 없었다.

스스로에게 겸연쩍고 쑥스러웠다.

그렇다고 인간됨의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여, 또다시 목표를 정했다.

내 나이 60이 되면 괜찮은 인간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런데 어느덧 목표했던 60이 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형편없는 인간이다.

진실한 인간에도, 참된 인간에도 한참 미달이다.

아니, 세월이 더할수록 예전엔 보이지 않던 허물과 부족함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다양한 인간상을 포용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말하고 처신할 줄 모르는 나,

하나님 말씀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는 능력이 부족한 나,

분위기를 부드럽고 밝게 만들어주는 유머 감각이 부족한 나,

비틀거리지 않고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꿋꿋함이 부족한 나,

긴장과 갈등을 매끄럽게 넘어가는 여유와 지혜가 부족한 나,

믿음과 영성의 깊이가 부족한 나,

마음을 비워 세상을 담아내는 도량이 부족한 나,

너의 아픔과 슬픔에 깊이 다가가지 못하는 나,

하나님과 더불어 세상을 가로질러 가는 내공이 부족한 나,

~~~~~~~~~~

헤아릴 수도 없는 허물과 부족함들이 눈에 더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영영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껏 살아온 세월의 갑절을 산다 해도 여전히 형편없는 인간일 것이라는 것을.

인간은 그렇게 쉽게 정복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간의 죄성이란 상상하는 것보다 훨신 깊어서 거의 존재론적이라는 것을.

때문에 주님 안에서 온 세상이 변화할 그 때가 돼야,

온 세상이 새롭게 재창조될 그 때가 돼야,

모든 인간이 부활의 몸을 입을 그 때가 돼야,

비로소 온 세상과 함께 나도 인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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